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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즈쇼 와 1999년 나의 모습

2008. 1. 13. 17:29 from Book


1998년 말부터 2000년 봄까지....

아직 세상은 IMF 여파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

많은 청년 백수들이 피씨통신이라는 공간에서 시간을 허비하고 있었을 시절이였다.

아직 인터넷전용선이 등장하지 않을 시점이라서 모뎀으로 연결한 피씨통신의 마지막 전성기시절

김영하의 소설에 주인공처럼 나도 비록 대학교4학년이였지만 취업도 안되고 그리고 또한 노력도 없는 시절에

피씨통신 영화퀴즈방에 모여서 세월을 허비하고 있었다.

위대판피츠제랄도가 어떻고 린다피오렌티노의 영화를 봤냐 안봤냐에서 부터 녹색광선이 어떻고

톡식어벤저를 아냐 모르냐....많은 영화광들에 의해서 플롯은 무시당한채 난도질 당하고는 했다.

거기서 한 연상의 여인을 알게 되었는데 아마도 내가 마지막 사랑한 여자일 것이다.

날 어쩔줄 모르게 한 여인. 그 여인에 의해서 더욱더 난 깊은 수렁에 빠져들어갔고 대학을 졸업하고서도

한동안 그녀와의 실연에 가슴아파서 아무것도 못했다. 더이상 아픔이 추억으로 남을 때쯤 난 취업을 하였고

그 이후로는 사랑을 하지 못했다.



김영하의 소설 퀴즈쇼에서 주인공은 현재를 얘기하고 있지만 90년대 말 피씨통신의 마지막 전성기와 아주 흡사하

다. 그 때도 지금처럼 청년실업이 한창일 때고 아직 벤처붐도 일어나지 않았었다.

그저 유일한 그들의 소통공간은 피씨통신 영퀴방이였을 것이다.

소설의 주인공 이민수는 어쩌면 가장 최악인 젊은이다. 청년백수들이 그러하듯이 어느 한곳에 방패가 되어줄

부모와 같은 후원자도 없고 걔다가 금전적인 낭패에 빠져있다. 지금 88만원세대로 대표되는 젊은이들 중에서

가장 최악인데 게다가 고급지식을 가진 룸펜이라는거.. 이런이들은 육체노동을 통해서 현실을 벗어날 수도 없다.

높은 지식을 가진 젊은이를 받아줄 사회가 없다는것이 지금 현실의 가장 큰 문제이다.

이민수도 유일한 소통공간을 인터넷의 퀴즈방에서 풀었고 거기서 한 여자를 통해서 세상을 나올려고 했으며

그가 의도하지 않게 소속된 공간에 갇혀서 지금 현실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과 다를 바 없는 규칙적인 생산활동을

하게 된다. 그리고 다시 돌아왔을 때는 여전히 불안하지만 다른 사람들 처럼 살기 보다는 자신의 길을

찾아 나선다.

어떻게 보면 자신의 자아찾기같은 로드무비같은 구성은  이 소설에서 보여준다.
 
사회에서 성공한 자나 낙오한 자나 관심없는 자나 모두 한 사회의 구성원인데

이 사회는 주류들에가만 친절하고 관대하다.

그런 사회를 만든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

퀴즈쇼에서 수없이 나오는 퀴즈들과 살아가면서 수많은 질문들과 어떤 차이가 있을까?

퀴즈쇼처럼 정답을 빨리 말해야만 이 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을까?

오답을 3번말하면 탈락이 될까?

하지만 사회는 패자부활전이 없다.

낙오되면 낙오된 다른 퀴즈쇼에서 강자를 가를 뿐이다.
 
Posted by 기억상실 :